'저희 가게에서는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습니다'
식당을 가면 위와 같은 글이 적혀있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조미료에 주성분인 MSG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고려해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음식을 조리한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인데요. 하지만 MSG가 어떻게 몸에 해로운지 아는 사람은 정작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정말 MSG는 인체에 유해한 걸까요? 오늘은 MSG의 진실 MSG는 정말 인체에 유해할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MSG는 인공적으로 만든 화학조미료다?
사실 MSG가 몸에 유해하다는 주장은 그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MSG는 Mono-Sodium Glutamate의 약자로 글루탐산나트륨, 글루탐산 일 나트륨이라고 부르며 단백질성 아미노산중 하나인 글루탐산에 수소 대신 나트륨이 치환된 형태의 조미료입니다.
인간의 혀는 6가지 맛(쓴맛, 단맛, 신맛, 짠맛, 감칠맛, 지방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 감칠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 바로 글루탐산입니다. 글루탐산은 다시마, 치즈, 토마토, 콩 등에 다량 함유되어 있고 인간이 먹는 대부분의 식재료에 포함되어있지만 분자량이 큰 단백질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대로 먹었을 때는 감칠맛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글루탐산의 감칠맛을 혀로 느끼기 위해선 단백질을 분자량이 작은 아미노산의 형태로 분해시켜야 하고 그러한 분해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음식을 발효시키는 방법입니다. 치즈나 간장 같은 발효식품을 사람들이 맛있다고 느끼는 이유가 바로 이 글루탐산의 감칠맛 때문이라는 것이죠.
음식을 발효시켜 먹는 방법은 인간이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오래전부터 해오던 조리법입니다. 사실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MSG를 먹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제품 형태의 MSG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MSG는 화학조미료라는 인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MSG가 화학적인 합성을 통해 생산된다고 오해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1908년 일본의 이케다 교수가 다시마의 성분 분석을 통해 감칠맛이 단백질 속 글루탐산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낸 이후 글루탐산을 조미료로 제품화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루어졌습니다. 초기에는 다시마와 밀가루에서 이를 정제하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원료에 비해 정제되는 양이 너무 적어 시장성이 없었고 1960년대에 들어 미생물 발효를 통한 대량생산이 가능함을 알아내게 되면서 비로소 시장성을 갖춘 조미료가 생산되기 시작했죠. 현재는 사탕수수 당액을 세균을 이용하여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MSG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즉 MSG는 화학조미료라는 인식과는 다르게 사탕수수를 발효시켜 만드는 자연적인 조미료라는 것이죠.
MSG의 부정적인 인식
MSG가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은 미국 보스턴의 중화요릿집에서 식사를 한 Robert Homan Kwok이라는 의사가 식사 후 메스꺼움, 근육경련, 전신 나른함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올리면서 그 원인으로 MSG를 지목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해당 사건은 '중국음식점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이라고 불려지면서 기사화되었고 MSG는 어떠한 학문적인 근거 없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소문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근거 없는 소문을 믿은 각종 매체들이 MSG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식의 방송을 지속적으로 방영하고 MSG를 사용하지 않는 식당을 착한 식당으로 지정하는 등 MSG 기피문화를 조장하게 되면서 MSG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MSG는 유해한가?
실제로 '중국음식점 증후군(CRS)' 사건 이후 MSG에 대한 부작용 문제가 이슈가 되자 여러 연구진들은 MSG의 과다 섭취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었습니다. 연구진들은 쥐와 사람을 대상으로 MSG 섭취 부작용 실험을 여러 차례 진행했고 실험 결과 MSG의 섭취와 CRS의 상관관계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현재는 다양한 안전성 실험을 통해 MSG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 정론으로 FDA(미국 식품의약국), EFSA(유럽 식품안전청), JECFA(식품첨가물 전문가 위원회) 등의 기구에서도 MSG를 안전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2010년 식약청에서도 MSG는 안전하고 일일 섭취 제한이 없다는 발표를 하면서 우리나라도 MSG의 안전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였습니다.
MSG의 진실
결론적으로 MSG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인체에 유해하다고 볼 수 없는 조미료입니다. 단백질계 아미노산인 글루탐산을 정제하고 용해도를 높인 조미료로 화학조미료라고 할 수 없으며(실제로 화학성 합성제에서 향미 증진제로 정식 표기 역시 바뀌었습니다.) CRS를 유발한다는 것 역시 MSG와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나트륨이 포함되어 있으나 소금과 비교했을 때 그 양이 3분의 1 정도로 적고 미각을 촉진시키는 MSG의 특성상 오히려 나트륨 섭취를 제한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식약청의 안전성 발표 이후에도 MSG는 과거의 잘못된 정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여전히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그 감수성에 편승한 건강 미디어의 부정적인 표현으로 이러한 인식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식약청에서 MSG의 안정성을 인정한 이후에도 여전히 MSG에 불신을 가진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위와 같은 사실을 아무리 설명해도 귀를 닫고 들으려고 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죠.
물론 지금은 안전하다고 하는 것이 후에 유해성이 밝혀질 수도 있고 본인이 싫다는 것을 억지로 먹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며 MSG가 유해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유해성을 밝혀내지 못한 것이라는 등의 비이성적인 사고방식에 갇혀 MSG를 혐오하는 것을 보는 것은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닙니다.
만약 그동안 이유도 모른 채 MSG가 들어간 음식은 건강한 음식이 아니라며 기피하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이 글을 통해 MSG에 부정적인 인식을 내려놓고 마음 편히 드실 수 있기를 바라면서 'MSG는 인체에 유해할까? MSG의 진실'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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